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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창세기

죄의 시작(창세 3,1-7) - 하느님처럼 되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3. 24.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호흡까지 불어넣어 주시며 사람을 사랑으로 창조하셨고 그가 그렇게 영원히 행복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심지어 알맞은 상대가 될 만한 '협력자' 여자를 창조하시어 데려다주기까지 하십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과 정반대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그 완벽했던 조화는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그 균열을 성경은 '죄'라고 규정합니다.

성경의 창조 이야기 다음으로 가장 집중해서 다룬 주제는 '죄'입니다. 성조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원역사 부분(창세 1-11장)은 모두 공통적으로 '죄'가 무엇일지를 알려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원죄 이야기, 카인과 아벨 이야기, 노아의 이야기, 바벨탑 이야기 등)

1.하느님의 부재와 죄
창세기 3장 1-7절에는 하느님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하느님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창세 3,1-5 참조) 하느님에 대한 뱀과 여자의 대화일 뿐 하느님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히 6-7절에서는 하느님에 대한 언급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데, 이러한 장치는 '죄'의 완성이 하느님의 부재와 직결됨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이 부재하시는 상황, 즉 하느님을 소외시키거나 외면하면서 발생하는 것이 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죄를 짓게 되었다면 내가 얼마나 하느님과 멀어진 상태에 있는지를 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2.죄의 시작, 말
뱀은 하느님에 대한 왜곡된 말을 통해 죄를 도입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완전히 바꿈(먹어도 된다->먹어서는 안 된다)으로써 여자를 유인하고, 뱀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여자가 대응하지만 그런 중에 자기 생각(먹지 말라고 했을 뿐 아니라 만지지도 말라고 했다고)을 첨가함으로써 또 다른 왜곡을 만들어 냅니다. 의식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악에 대한 대응이 오히려 더 깊이 악에 빠지는 함정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3.선과 악을 알다.
여자는 '선과 악을 알게 되는 능력'을 갖게 되어 '하느님처럼 된다'는 말에 현혹되어 결국 죄를 짓습니다. 사실 어떤 대상을 안다는 것은 상대와의 고유하고 특별한 경험을 공유함을 의미하고 이를 통해 상대에 대한 내외적인 정보를 온전히 파악함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언급하는 '앎'은 인식적 차원만의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관계적'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대상에 대한 온전한 앎은 그 대상의 창조주이신 분께만 유보된 권한입니다. 인간은 결코 하느님처럼 상대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4.죄의 결과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된 여자는 자신이 하느님의 행위를 함으로써(대상을 보고 '좋다'고 여기고, 그것을 '취하는') 죄를 완성합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행동을 할 때 모든 질서는 무너지고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죄의 결과는 목적한 바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루함과 비참함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살기
성경에서 유혹은 단순히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관점에서 이해될 내용이 아니라, '의심' 혹은 '의혹'과 연결된 개념입니다. 두번째 창조 이야기는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의지를 의심하게 한 것이 유혹의 시작이었음을 알려 줍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의 속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이것의 유혹과 악의 본질입니다.
유혹이 하느님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면, 반대로 유혹을 극복한다는 것은 하느님을 더욱 분명히 믿고 흔들리지 않는 관계 안에서 성숙해짐을 의미합니다. 그 어떤 편견이나 의심 없이 더 깊은 마음과 시선으로 그 관계에 성실히 임하는 태도야말로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혹과 악은 사랑하고 믿기 때문에 감내하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험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합니다.

 

-성경 본문 줌인 구세사 편 I(김혜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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